‘돈 내기 골프’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내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100만 원짜리 내기였다고 증언했고, 일부 참석자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내놓은 ‘상금 40만 원’으로 한 내기였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건 이 총리가 부적절한 시간에 미묘한 관계의 동반자들과 이런 골프를 쳤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우리 총리인가’라는 민성(民聲)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3·1절 골프 관련자들이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이 이들의 말만으로 씻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총리 측은 3·1절 골프 멤버인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에게서 2004년 4월 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유 씨의 아들이 기부한 것처럼 거짓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씨가 문제될 것이 없는 인물이고 그와의 관계가 떳떳했다면 이름을 감출 이유가 무엇인가.
유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2003년 1월 출소한 뒤 사업상 필요하거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 총리의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 총리가 유 씨 등과 처음 모임을 가졌다는 2004년 9월 증권선물거래소는 영남제분의 또 다른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해 추적 중이었다. 결론은 무혐의였다.
유 씨는 작년 하반기에는 이 차관,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과 세 차례 골프를 쳤다.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집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자사주(自社株) 195만 주를 처분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시점이다. 또 3·1절 골프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영남제분의 가격담합에 대해 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대상에서 유 씨를 제외해 논란을 빚었다. 이 총리는 이런 사안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인적 네트워크와 가깝게 있어 왔기 때문에 국민적 의문을 낳는 것이다.
이 총리는 어제 한국노총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공식일정을 취소했다. 총리직 수행이 어렵게 됐음을 뒤늦게나마 자각(自覺)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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