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커지는 ‘이해찬 의혹’ 끝은 어디인가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점(頂點)에 있는 ‘3·1절 골프’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다. 총리 측과 참석자들이 해명은커녕 앞뒤 안 맞는 말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돈 내기 골프’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내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100만 원짜리 내기였다고 증언했고, 일부 참석자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내놓은 ‘상금 40만 원’으로 한 내기였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건 이 총리가 부적절한 시간에 미묘한 관계의 동반자들과 이런 골프를 쳤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우리 총리인가’라는 민성(民聲)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3·1절 골프 관련자들이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이 이들의 말만으로 씻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총리 측은 3·1절 골프 멤버인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에게서 2004년 4월 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유 씨의 아들이 기부한 것처럼 거짓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씨가 문제될 것이 없는 인물이고 그와의 관계가 떳떳했다면 이름을 감출 이유가 무엇인가.

유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2003년 1월 출소한 뒤 사업상 필요하거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 총리의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 총리가 유 씨 등과 처음 모임을 가졌다는 2004년 9월 증권선물거래소는 영남제분의 또 다른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해 추적 중이었다. 결론은 무혐의였다.

유 씨는 작년 하반기에는 이 차관,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과 세 차례 골프를 쳤다.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집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자사주(自社株) 195만 주를 처분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시점이다. 또 3·1절 골프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영남제분의 가격담합에 대해 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대상에서 유 씨를 제외해 논란을 빚었다. 이 총리는 이런 사안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인적 네트워크와 가깝게 있어 왔기 때문에 국민적 의문을 낳는 것이다.

이 총리는 어제 한국노총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공식일정을 취소했다. 총리직 수행이 어렵게 됐음을 뒤늦게나마 자각(自覺)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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