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3·1절’ 골프]주가조작조사 1주일뒤 3·1절 골프멤버 첫모임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함께 친 유원기(柳遠基) 회장 소유 기업 영남제분이 지난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팔아 치워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제분은 또 유 회장이 주가 조작으로 실형을 살고 2003년 출소한 뒤인 2004년에도 또다시 주가 조작 혐의로 증권선물거래소의 추적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착수 1주일 뒤 유 회장은 부산 기업인들과 함께 이 총리와 첫 모임을 가졌다.

1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영남제분은 2001년 9월부터 1년간 사들인 자사주 195만 주를 지난해 11월 25일 모두 장외에서 팔아 67억7505만2000원의 차익을 남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장외에서 자사주 전량을 매각한 것에 대해 ‘비상식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매수는 주가를 떠받치겠다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것인데도 영남제분은 자사주 매각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장내에서 정상적으로 거래하면 증권선물거래소에 신고해야 하지만 영남제분은 장외 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파는 편법을 동원해 신고를 하지 않았고 공시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자사주를 팔면 보통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영남제분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 처분 이후 영남제분 주가는 계속 떨어져 투자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본 셈이 됐다. 영남제분은 더구나 자사주를 모두 팔아버린 뒤인 12월 23일 “C은행과 자사주신탁계약을 연장한다”고 공시를 해 마치 자사주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남제분은 또 2004년에도 주가 조작 의심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 감시부는 2004년 9월 20일 영남제분의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심리부에 의뢰했다. 그해 3월 29일부터 6월 30일 사이 주가가 860원에서 1510원까지 75.6% 상승한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조사 의뢰 1주일 뒤인 9월 27일 유 회장 등 부산 기업인들은 이 총리,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당시 총리비서실장)과 첫 모임을 가졌다. 이때 유 회장과 이 차관 등은 골프를 했으나 이 총리는 식사만 함께했다.

거래소는 이듬해 1월 10일 “시세 조종 행위로 볼 수 있는 특이한 매매 행태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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