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은 행운을 몰고 온다고 한다. 결국은 ‘골프 화(禍)’를 당했지만 이해찬 국무총리도 2003년 가을 홀인원을 하고 ‘3년 재수’를 따냈는지 다음 해에 총리가 됐다. 요즘은 ‘홀인원은 7년, 구경만 해도 5년 재수’라는 소리가 있다. 행운이 아득히 있는 듯한 세상 탓일까. 홀인원의 행운은 나중이고 당장은 ‘출혈(出血)’이다. 동반자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선물도 줘야 한다. 그래서 보험료 15만∼30만 원에 홀인원을 하면 50만∼200만 원, 부가보험 시 500만 원까지 주는 골프보험이 인기다.
▷조작된 홀인원에도 행운이 따라올까. 전남의 남녀 4인조 골퍼는 1년간 홀인원을 6차례 했다고 속여 3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6000여만 원을 타냈다. 라운드 도중 다음 파3홀의 홀에 공을 몰래 넣어 둔 뒤 홀인원을 했다고 외치는 등의 수법을 썼다. 5개월간의 수사 끝에 사기를 밝혀낸 광주 남부경찰서 조일권 지능범죄수사1팀장은 “어떤 캐디는 홀인원을 못 믿겠다며 별도의 사례비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기 골퍼 중 2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달아난 2명은 수배 중이다.
▷보험사기는 역시 교통사고 쪽이 흔하다. 작년에 적발된 2만여 건의 보험사기 중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 피해 과장, 허위 사고가 60%를 넘었다. 금융감독원 보험조사실 양왕승 팀장은 “2004년부터 사용 중인 인지시스템이 수상한 보험거래를 꼭 집어낸다”고 자랑한다. 계약 내용과 인적사항을 집어넣으면 두세 시간 만에 혐의점이 정리돼 나온다고 한다. 사기로 행복을 좇을 일은 아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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