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등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GM은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극한적 노사갈등의 대명사였던 이 공장을 제외해 버렸다. ‘위탁생산업체’로 활용하되 향후 6년간 생산성과 노사안정에 있어 GM이 전 세계에 가지고 있는 공장의 평균 이상을 충족하면 다시 인수를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부평공장은 간판을 ‘대우인천자동차’로 고쳐 달아야 했다.
최근 이 공장의 재기가 화제다. 작년 8월 무분규 임금타결에 성공했으며 GM의 전 세계 여러 사업장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공장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GM은 인수대상에서 제외한 지 4년 만인 작년 10월 대우인천차를 인수했다. 다시 ‘GM대우차 부평공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16일에는 “올 상반기 중 복직 희망자를 모두 복직시키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변신 뒤엔 달라진 노사관계가 큰 몫을 차지했다. 과거 대우차 노조는 ‘대표적 투쟁노조’였지만 일련의 사태 이후 상생을 위한 노사 협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노동자들도 품질을 높이는 데 앞장섰다. 이 같은 변화는 제품에 그대로 반영돼 자동차 판매도 늘어났다.
특히 GM대우차 노조위원장의 이력이 눈에 띈다.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1986년 대우자동차에 위장취업을 한 이래 2번의 해고와 복직을 거치고 1년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하지만 일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노사 상생의 전도사로 변신했다고 한다. 노동해방의 투사가 노사 협조의 선구자로 바뀐 것이다.
GM대우차 부평공장의 사례는 한국 노동운동의 여러 측면을 집약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위장취업한 운동권 출신의 위원장, 높은 임금 및 복지와 직업의 안정성 등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격투쟁 일변도였던 막강 대기업 노조, 그것이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 기업의 경쟁력 상실, 그에 이은 법정관리와 근로자 실직 등이다.
이 사례는 또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우선 “경영자의 가장 큰 죄악은 직원들을 실업자로 내모는 것이다”는 오쿠다 히로시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둘째, 이 경험은 우리에게 ‘근로자를 살린 것은 노조의 극한투쟁이 아니고 상생을 위한 노사협조와 기업의 생존’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노동운동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새삼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극한적 노사갈등의 경험으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학습효과를 얻어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이룬 경우는 사실 적지 않다. 국내 기업으로는 LG전자,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 등이 있고 해외기업으로는 제록스, 코닝, 누미(도요타와 GM의 합작회사) 등이 있다. 실패가 성공을 낳듯이 현재의 노사갈등은 미래의 노사협조를 이끄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전쟁’이라는 세계시장의 경쟁 속에서 노사 협조를 통해 경쟁력을 이뤄 낸 노사 지도부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GM대우차의 사례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기업의 노사관계에 역할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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