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는 일본 리그에서 7년 연속 수위타자를 기록한 자질을 지녔다. 2004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262개의 안타를 쳐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연습 벌레’ 이치로의 성공 스토리는 중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인기는 마쓰이보다 뒤진다. 남녀노소가 마쓰이를 ‘인격적으로 훌륭한 청년’ ‘겸손한 천재’라고 입을 모은다.
▷나이도 비슷한 두 선수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마쓰이가 지극한 효자인 반면, 이치로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청년의 고향에 각각 야구기념관이 세워져 있는데 “이치로 기념관은 입장료가 유료, 마쓰이 기념관은 무료인 것이 두 사람의 성격을 상징한다”며 웃는 기자도 있다. 털털한 인간성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마쓰이가 한일전에서 일본의 연패(連敗)로 코너에 몰렸다. 그의 소속팀 뉴욕 양키스가 부상(負傷)을 걱정해 일본 대표팀에 보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쓰이가 없어도 일본 야구선수의 층은 두껍다. 김인식 감독이 인정한 대로 ‘지금 수준의 한국 대표팀 두세 개쯤은 만들 만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연전연승한 것은 ‘이순신(李舜臣) 정신’ ‘의병(義兵) 정신’에 비길 만한 정신력 덕분이다. 미국이 멕시코에 져 탈락해 우리는 준결승에서 또 일본과 맞붙게 되었다. 일본은 ‘설욕’을 벼르며 칼을 갈고 있다. 지난 두 판보다 더 긴장되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이다. ‘3연승’을 거둔다면 아무리 경솔한 이치로라도 모자 벗고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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