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외국 음악박사가 대거 적발됐다. 국내 학원에서 러시아 유명 음악대의 박사학위증을 사들인 ‘가짜’ 중엔 현직교수도 2명이 끼어 있다. 러시아 글자도 읽을 줄 몰라 학위증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니 코미디다, 코미디. 2년 전엔 호텔 ‘벨맨’ 출신의 미국인 가짜 박사가 서울에서 영문학 교수 노릇을 하다 발각됐다. 모두 가짜박사 근절책이 나온 뒤에 벌어진 일이다. 엄포였음이 확인된 정부대책도 코미디다, 코미디.
▷정부가 ‘강화’했다는 외국 박사 신고제도의 창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다. 재단이 내주는 증서에는 ‘신고접수증이 박사학위 확인증은 아니다’라는 코미디 같은 단서가 붙어 있다. 그냥 신고만 받았을 뿐 학위의 진위(眞僞)는 모른다는 ‘관용(官用) 면피’다. 박사학위를 내준 기관이 어떤 기관인지, 위조는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3년 전 정부는 뭘 믿고 “가짜 외국 박사의 부정 취업길이 막히게 됐다”고 선전했나.
▷앞으로 나올 보완책도 쉽게 예상된다. 교육부는 벌써 “재단 내에 연구윤리 부서를 신설해 가짜 학위와 논문표절 등을 가려내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신고업무 담당직원이 1명이라니, 전담인력과 조직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주장도 나올 것이다. ‘가짜 외국 박사 근절을 위한 범국민 위원회’가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선거출마용 장차관이 ‘단기 속성과정 가짜 박사학위 취득자’라는 얘기도 있다. 정부가 ‘가짜 박사’를 키우는 판에 누가 누구를 가릴 수 있을지 헷갈린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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