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간담회는 19개월 만이다. 북한 정권과의 관계보다도 멀었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2004년 8월 18일의 간담회 분위기는 적대적(敵對的)이었다. 재계가 반(反)기업 정서를 걱정하자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존경받을 일인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면서 “가진 사람이 먼저 오픈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비롯한 규제의 완화를 요청하자 강봉균 의원은 “시민단체부터 설득해 보라”고 되받았다.
그러던 여당이 갑자기 재계를 살갑게 대하니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뭔가 분위기를 띄워 보려는 의도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재계는 이번 간담회를 자청한 여당의 진의(眞意)를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재계를 개혁 대상, 더 나아가 타도 대상으로까지 여기던 여당이었으니 재계로선 그럴 만도 하다. 경제계 주변에서는 그동안 ‘세상 물정 모르는 386 의원들’에게서 두꺼운 벽을 느꼈고, 국내에서 기업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懷疑)도 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전후해 삼성 등 ‘대기업 때리기’에 앞장섰던 쪽도 여당이다. 대통령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거들었다. 오죽 몰렸으면 정부에 싫은 소리를 삼가고 엎드려 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10월 이례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지나치게 확산돼 기업활동 위축과 브랜드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발표문을 냈을까.
열린우리당이 진실로 태도를 바꿨다면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을 중시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을 ‘기업 편에 서서’ 찾아내야 한다. 표를 노린 ‘일시적 살가움’이라면 역겨운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들기’는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을 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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