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봉태]아소 外相과 강성향 할아버지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 현 아소탄광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피해자로 생존이 확인된 강성향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아소탄광은 일제강점기 규슈에서 최대 규모로 한국인 노동자를 강제 동원해 혹사시킨 곳이다. 또 현재 일본의 외상인 아소 다로(麻生太郞)의 집안에서 그 당시 경영한 곳이고, 아소 외상의 정치적 성장에 밑거름이 된 곳이기도 하다.

아소 외상이 누구인가? 그는 “창씨개명은 당시 조선인들이 원해서 이뤄졌다”는 발언으로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준 인물이다. 최근에는 일본 왕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주장하여 한일 간의 우호를 바라는 양국 시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소 외상은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후보다.

경북 영주시에 살고 있는 강성향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아소탄광에서 노역에 시달렸고, 당시 발파 작업으로 떨어진 돌에 맞아 엄지발가락이 뭉개진 상처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는 일본 지도원의 구타나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한국인을 수없이 보았고,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지 못하면 죽어서도 편히 잠들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나는 아소 외상이 외상 자리에 있는 기간에 강 할아버지를 찾아가 엄지발가락의 상처를 직접 보고 마음에 담긴 위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러기를 요구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어 있다. 이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상징되는 바와 같이 과거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일본 측의 몰역사적, 반인권적, 반민주주의적 행위가 근본 원인이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뿐 아니라 한국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자들이 신으로 모셔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 정치인들이 그곳을 참배하는 것을 한국 침략을 찬양하는 행위로 여긴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또 창씨개명으로 이름을 빼앗긴 채 전쟁에서 희생된 2만여 명의 한국인이 합사돼 혼백마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억류돼 있다. 가해자에게서 사과와 배상을 받기는커녕 부친의 혼백을 고향으로 모시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은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월 15일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700회 수요집회를 연 날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투쟁이 15년이나 계속되어도 아무런 해결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일 간의 취약한 ‘평화 인프라’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우리 정부도 벌써 10년 전에 나온 유엔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일본 측이 받아들이도록 단호히 요구해야 한다. 즉 유엔 인권위 권고대로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일본 측에 전달하여야 한다.

정의는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회복되어야 한다. 일본은 강성향 할아버지나 위안부 할머니들 같은 피해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한을 풀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이며 국가가 할 일이다.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며, 자라나는 세대에 전쟁의 무서움을 어떻게 생생히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또 아소 외상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유골을 조사하고 수습하여 유족들의 품에 돌려주는 등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이웃 나라와 우호를 도모하는 외상의 근본 책무이다.

최봉태 변호사·전 일제강점하강제 동원진상규명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