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염으로 한때 코트 떠났다 복귀
하지만 팀 내 최고참으로 주장인 이창수(37·사진)는 동료들에게 술을 따라줄 뿐 정작 자신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래도 흠뻑 취하기라도 한 듯 연방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창수는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B형 간염 보균자다. 그래서 석 달에 한 번 간 기능 검사를 받고 꾸준히 약도 먹는다. 그가 처음 간염 진단을 받은 것은 1996년. 속이 불편해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운동을 그만둘 위기에 몰린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민간요법을 써봤다. 중국에 건너가 한약을 지었고 호주에서 멧돼지 쓸개즙을 들이키기도 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 치료와 재활 끝에 2년의 공백을 이겨내고 1998년 코트에 복귀했다.
○ 37세 나이에도 용병과 당당히 맞서
힘겨운 시기를 견뎌낸 이창수는 올 시즌 후배들을 이끌며 “회춘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용병을 3차례나 교체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토종 센터인 이창수의 활약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창수는 엄청난 덩치의 용병을 막아야 해 힘에 부쳤지만 당당히 맞섰다. 특히 용병이 1명 뛰는 2쿼터에 빛을 봤다. 자율훈련 한번 빼먹지 않을 만큼 성실하다 보니 모비스에선 누구 하나 요령을 피우지 않았다. 센터를 기피하는 국내 농구 풍토 속에서 그의 선전은 어린 선수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코트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이런 기분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어요.”
조기 퇴직의 시대를 맞아 코트에서 환갑이라는 30대 중반도 훌쩍 넘긴 이창수. 뛰는 순간만큼 그의 나이는 그저 숫자일 따름이다.
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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