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현 정부가 유난히 강조해 온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혁신관리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를 청와대에 신설했다. 그러면서 “정부 혁신의 목표는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혁신관리수석’에 기용된 이용섭 씨는 대통령에게 화답하듯이 “정부는 혁신의 가속(加速)페달을 5년 내내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혁신의 방향이라며 ‘국민 속으로의 확산’, ‘정책 속으로의 구체화’, ‘공무원 속으로의 내재화’라는 말을 선보였다. ‘성과창출형 혁신’, ‘지속가능형 혁신’, ‘자율지원형 혁신’ 같은 구호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혁신관리수석실이 ‘전자(電子)정부의 구현’을 ‘혁신 성과’라고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은 바로 다음 날 인터넷 민원서류가 간단히 위조·변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났다. 혁신관리수석실은 민원행정서비스 만족도가 2004년에 64점으로 2000년의 62.3점보다 높아졌다고 자랑했지만 2001년의 65.5점보다 후퇴한 사실에는 눈감았다.
그제 청문회에서 이 장관 내정자는 국회의원들의 질책에 대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혁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직 효율화보다는 비대화(肥大化)에 매달리는 정부가 ‘혁신정부’일 수는 없다. 3년 전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민의(民意)를 상습적으로 무시하는 정부가 ‘참여정부’일 수 없는 것과 같다.
정부는 유 의원이 꼬집은 대로 ‘입에 발린’ 구호와 요설(饒舌)을 버리고, 국민의 손에 잡히고 피부에 와 닿는 작은 행정 개선(改善)이라도 실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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