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진대제 前장관의 ‘아들 병역 말바꾸기’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진대제(陳大濟)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열린우리당 입당식에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장남의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해 “한국 국적을 회복해 군대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듣자 기자는 3년 전 상황이 떠올랐다.

2003년 3월 기자는 사회부 기획사건팀의 일원으로 노무현(盧武鉉) 정부 1기 장관들의 직무 적합성과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취재를 하고 있었다. 진 전 장관의 경우 장남(당시 25세)의 병역 기피 의혹이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이중 국적자였던 장남은 만 18세로 징집 대상자가 되는 1996년 6월 8일을 불과 28일 앞둔 5월 11일 가구주의 신고에 따라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선택해 유학을 떠났다.

국적 이탈 시기로 볼 때 ‘고의 병역 기피’ 의혹이 강했다. 진 전 장관의 설명을 듣기 위해 어렵게 그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을 찾아갔다. 진 전 장관은 집에 없었고, 부인이 “내가 아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실관계를 알려 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남이 미국으로 간 것은 고의적 병역 기피는 절대 아니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다 보니 가치관도 한국인이랑 너무 다르고, 한국 사회에 적응이 너무 안 됐다.”

기자는 장남이 당시 ‘신흥 명문’이었던 경기 안양시의 모 고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렸던 점을 지적하며 “적응을 잘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인은 “성적과 사회 적응은 별개의 문제다. 그 아이는 직장도 미국에서 얻을 거고, 앞으로도 미국에서 살 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진 전 장관 본인도 그 후 장남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이 안 돼 국내에서 외국인 학교로 전학 간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6일 진 전 장관은 “장남 부부가 ‘한국에서 살겠다’고 해서 국적을 회복했고 한국에서 아기도 낳았다. 취업 비자도 얻은 상태이며 군대도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남의 가치관이 3년 만에 바뀐 것인지, 아니면 3년 전 “한국에서 적응을 못해 미국에서 살 것”이라던 부모의 설명이 틀렸던 것인지 헷갈린다. 그도 저도 아니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진 전 장관이 말을 바꾼 것일까.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진 전 장관의 진솔한 답변이 기다려진다.

조인직 정치부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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