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에 왜 청소년용 게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을까. 경찰의 단속 근거가 된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확인해 봤다.
일반 게임장은 성인용인 ‘18세 이상 이용가’ 게임물의 설치 비율이 60%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었다. 나머지 40%는 청소년용 게임기로 채워야 한다는 말이다.
성인용 경품게임인 ‘릴게임’이나 ‘스크린 경마게임’ 등 사행성 도박을 하는 성인오락실 등이 일반 게임장에 포함된다.
이런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관련 부처인 문화관광부에 물어봤다. 문화부 관계자는 “가족 단위 등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어울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일반 게임장에도 청소년용 게임기를 일정 비율 이상 설치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오락실 업주들의 얘기는 달랐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가족끼리 성인오락실을 찾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청소년용 게임기를 갖다 놓기는 했지만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업주는 이 같은 법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성인용 게임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성인용 게임기 주변을 기웃거리다 실제 성인용 게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이 업주는 “청소년들의 출입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성인용 게임을 못하게 계속 감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단속에 나서는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도 “비현실적이고 쓸 데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의 설명대로 “가족끼리 즐기는 게임문화를 만들자”는 좋은 취지에서 이런 법이 생겼을 수는 있다.
그러나 문화부 직원들이 현장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둘러봤다면 이런 법은 진작 없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종석 사회부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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