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그제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이 군대를 보내는 애를 앞에 두고 (느끼는) 가슴을 저미는 고통을 저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군 입대를 앞둔 28세 아들에 대한 얘기였다. 이중국적자였던 아들은 1998년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을 면제받았으나 최근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진 씨는 아들의 결정에 대해 “아버지가 공직생활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역기피 의혹을 받았던 자식을 뒤늦게 입대시키면서 ‘가슴 저미는 고통’을 느낀다니, 보내기 싫은 것을 보낸다는 뜻이 아닌가. 이 말을 듣는 ‘보통 국민’의 심정이 어떨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자가 군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믿는다. 요즘엔 자원 입대자도 늘고 있다. 병영생활도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도 전직 장관에, 전국 인구의 4분의 1을 품고 있는 경기도의 지사가 되겠다는 인물이 아들을 못 보낼 곳에 보내는 것처럼 말한다면 어떤 국민이 자식을 군에 보내려 하겠는가.
▷경기도 북부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으로 유사시 남북의 주력군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진 씨가 선거를 앞두고 경기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아들을 군에 보내는 것이라면 경기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가슴 저미는 고통’을 겪지 않고 싶다면 병역의무가 없는 외국에서 살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묵묵히 병역의무를 다하는 보통 국민들을 힘 빠지고 화나게 해선 안 된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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