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대책, 코드가 病이다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2분


정부는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재건축 개발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한다는 3·30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의 집값 상승은 1차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노는 땅이 거의 없는 강남에서 수요가 많은 중대형 아파트의 재건축이 활발해지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재건축을 위축시키는 대책을 또 내놓은 셈이다.

개발부담금은 본래 토지의 형질변경으로 생긴 이익에 물리는 것이다. 낡은 집을 헐어 새로 지은 집에 개발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특히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부담금으로 미리 내게 하는 것은 과거의 토지초과이득세처럼 위헌 가능성이 높다.

설혹 위헌이 아니더라도 개발부담금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더 뛰게 할 우려가 크다. 노무현 정부가 처음부터 ‘강남 때려잡는 정부’라는 정치적 목표를 버리고 수급(需給) 원리에 순응하는 정책을 폈더라면 주택가격 구조의 왜곡과 시장의 침체가 지금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이 정부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병 주고 약 주기’의 악순환이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부대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재건축 투기심리를 잠재우고 서민 주거복지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서민을 낡은 집에 계속 살게 하는 것이 주거복지 향상인가. 이 대책은 또 6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강남에 직장을 가진 회사원들이 강남에서 집 구하기도 더 힘들어졌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빠져 있다.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 중 많은 사람이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고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양도소득세가 무거워 팔지 못하고 있다. 내놓는 물건이 많아야 가격이 안정될 것 아닌가.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자립형사립고 같은 좋은 학교를 설립하면 중장기적으로 강남 선호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배 아픈 병’을 마취시키기 위한 ‘코드 정책’만으로는 주택시장의 안정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