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無形문화재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영화 ‘왕의 남자’가 히트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전국의 대표적 축제들이 한자리에 모인 부산 ‘대한민국 축제박람회’엔 ‘예쁜 남자’ 이준기도 참석해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남사당 놀이패 권인태 명인의 외줄타기 공연도 환호를 자아냈다. 사투리에 관한 책 ‘전라도 우리 탯말’이 새로 나왔고, 40년 숙원사업인 한국고전번역원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이참에 국악을 즐기는 사람까지 늘어난다면 더 반가울 일이다.

▷그런데 뜻밖에 잡음이 들린다. 지난달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지정에 권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이론 전공인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가 보유자가 된 것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친여동생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가야금산조 및 병창 부문에 문 교수와 함께 또 한 사람이 보유자가 됐는데 한 분야에 두 사람이 함께 인정된 전례도 없다고 한다. “국악계에서는 문 교수가 참여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무형문화재가 될 거라는 예측이 공공연했다”고 손 의원은 전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전작(前作) ‘황산벌’에서 계백 장군이 수없이 쏟아냈듯 참으로 ‘거시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시기’란 불분명한 사안을 놓고도 서로가 이심전심으로 알아듣는 만능 우리말이다. 권력의 막강함과 참여정부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은 손 의원의 폭로만 듣고도 단박에 사안이 ‘거시기’하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문 교수의 남편이 이상업 국정원2차장 아닌가. 올 초 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누나인 신선희 씨가 국립극장장에 취임했을 때도 사람들은 ‘거시기’ 하다고 했었다.

▷다양한 저서와 음반을 내고 공연 활동을 해 온 문 교수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문화재청도 “인정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그래도 못 믿고 ‘거시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참여정부의 업보(業報)라 할 것이다. 겉으로는 유별나게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 많은 국민이 알아 버렸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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