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본명 김재중·20)이 7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자 소속사는 즉각 사과문을 냈다. 소속사는 “영웅재중 본인도 공인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데뷔 앨범을 낸 이 그룹의 일본 소속사 역시 “당분간 영웅재중을 제외한 나머지 4명만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일에는 영웅재중 본인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 콘서트 무대에 올라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다급히 사고 수습에 나선 ‘동방신기’ 측과 달리 영웅재중에 대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일부 ‘동방신기’ 열혈 팬이다.
이들은 팬 사이트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음주운전?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재중 오빠가 걸린 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증거죠”라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음주운전은 했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동방신기’ 팬들의 ‘오빠’에 대한 이런 두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8월에도 ‘동방신기’ 멤버들이 탄 밴과 승용차가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정면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일부 팬이 “오빠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괜찮다” “오빠들 차에 치인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초 미국의 인기 보이밴드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멤버 닉 카터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팬들은 냉정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팬클럽 회원들은 “닉 카터를 사랑하지만 음주운전은 사랑하지 않는다”며 “그가 충분히 자숙한 후 나오길 바란다”는 글을 채택했다. 그들도 ‘동방신기’의 열혈 팬만큼이나 ‘오빠 사랑’이 지극한 팬이다.
특정 스타를 사랑하는 것은 취향의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와 행동도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오빠 제일주의’에 빠져 명백한 잘못까지 감싸려 했다가는 더 큰 비난을 부를 뿐이다. 스타 사랑에도 금도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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