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이]‘꽃보다 아름다운 사회’ 만드는 입양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모습은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 씨의 얼굴을 보면 정말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그러나 워드와 그의 어머니 얼굴이 예전에도 그렇게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이었을까?

우리는 김 씨가 지금까지 안고 살아 온 고통스러운 삶의 과정과 동양인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했던 워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이 앞서 말한 것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러한 고통의 시절을 이겨 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과거 입양아들을 데리고 양부모가 사는 타국의 공항으로 가 이들을 양부모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두세 살 된 아이들을 얼굴색이 다른 양부모들에게 건네려고 하자 안 떨어지려고 가슴에 안겨 울고불고하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낯선 땅에서 이 아이들이 심적으로 받은 충격과 불안감은 얼마나 컸을까?

우리나라에서 제법 큰 해외 입양기관의 기관장으로 있던 분이 은퇴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분은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많은 전쟁고아를 해외에 입양시키면서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보낼 때마다 그들의 삶에 대한 걱정과 지울 수 없는 죄의식까지 느꼈다고 한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회피한 책임전가 행위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경제대국을 지향한다면서 아직까지 매년 2000명 내외의 아이들을 해외에 내보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국내 입양에 소극적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내 핏줄 주의’가 국민 개개인의 의식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지만 정책적 요인도 있다. 국가와 사회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 이를 위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은 1930년대 페르 알빈 한손 총리가 ‘국가는 국민의 가정’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복지국가로 자리 잡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가를 하나의 큰 가족으로 보고 버려진 아이들, 어려운 이웃들을 개인이 아닌 내 가족으로 보살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민족으로 알려진 큰 가족이었는데 왜 갑자기 지금과 같은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었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회문제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파괴되면서 나온 것이다. 과거에는 전쟁이라는 외부 요소에 의해 가정이 파괴되었다면 지금은 나만 잘살겠다는 욕심에서 가정과 사회와 우리 마음이 파괴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입양문제를 시작으로 해서 국민이 하나 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가족공동체’ 운동이라고 불렀으면 한다. 가족공동체 운동을 통해 가족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행복한 가정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족 형태의 삶을 살도록 보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족공동체 운동을 통해 각 개인이나 가족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해결하려는 당당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입양한 아이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부르며 웃음 짓는 입양 가족의 모습처럼 이웃의 고통을 우리가 스스로 감내하는 아름다운 선택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아름다워져서 우리 사회가 ‘꽃보다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성이 이화여대교수 사회복지학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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