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비슷한 살부의식을 행했다. 2002년 초만 해도 “당선되면 김대중 대통령의 노선과 이념을 확실히 계승하겠다”고 했으나 그해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뒤엔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정치에선 김 대통령과 내가 많이 다를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그 덕분에 ‘3김 시대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리더십’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대통령선거와 시장선거는 물론 다르다. 하지만 선거용 전략이었든 아니었든, 노 후보의 DJ정권 비판은 꽤나 신선했고 상당 부분 옳은 말로 인정받았다. 강 전 법무장관의 요즘 발언은 어떨까. 그의 용감한 비판이 맞는 소리라면 노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분명하다. 장관 재직 때는 왜 침묵했는지 묻고 싶다. 반면 ‘선거용 내 편 때리기’일 뿐이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또는 정치적 야심 때문에 소속 당과 대통령까지 헐뜯는 인격상실자이거나.
▷득표를 위한 전술적 발언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오죽했으면 노 정부의 전직 장관이 노 대통령의 핵심 코드를 문제 삼겠나. 언론의 비판에는 ‘위폐 제조’라며 펄펄 뛰던 정부가 강 전 장관의 발언에는 조용한 것도 기이하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2003년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강 전 장관은 이런 점에서까지 사부(師父)를 닮을 생각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을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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