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국수는 허탈한지 복기하면서 자꾸 실소를 거듭했다. 타이틀을 빼앗긴 것도 아쉽지만 대국 내내 한번도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어쩌면 승부는 대국 전 흑백을 가릴 때부터 예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흑번 필승을 이어왔던 도전기에서 막판 백을 들게 된 최철한 9단은 초반부터 그답지 않게 둔하고 엇나간 행마로 일관했다. 과감하면서도 두터운 그의 바둑의 장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패착으로 백 28 등 몇 수가 언급됐지만 실질적인 패착은 최 국수가 느꼈던 심리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국수전 3연패를 하겠다던 최 국수의 다짐은 무산됐다. 그러나 2승 2패까지 명승부를 연출한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창호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최 9단에게 47기 2승 3패, 48기 3패로 진 것을 설욕하며 대회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국수전은 이제 50기를 맞는다. 반세기 동안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온 국수전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반세기의 장정을 시작한다.
소비시간 백 3시간 18분, 흑 3시간 17분. 대국 장소 서울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12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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