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超고유가시대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값이 사상 최고인 배럴당 75달러를 넘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 석유 고갈 위기, 중동 정세 등이 얽혀 고유가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 휘발유의 L당 소비자가격이 2000원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월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석유에 중독(中毒)돼 있다”며 대체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 반도체, 자동차, 배, 휴대전화로 벌어들인 외화를 원유 수입에 쓴다. 작년 에너지 수입액은 667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5%였다. 그런데도 에너지 다(多)소비형 경제구조 및 국민의식을 개선할 방책에 대한 국가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돌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석기(石器)시대가 끝난 것처럼 석유가 떨어지기 훨씬 전에 석유시대도 끝나리라는 전망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녹색기술이 21세기의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자동차 산업의 흥망도 하이브리드카(연료 소비가 적은 유류·전기 겸용 차) 등 에너지 대체 및 절약형 차량 개발에 달려 있다. 에너지 공급원(源)을 다양화하고 석유 소비를 줄이는 기술은 개발비가 많이 들지만 유가(油價)가 올라갈수록 경제성이 높아진다.

석유는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대표적인 화석연료다.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환경운동이기도 하다. 이란, 베네수엘라 같은 ‘불량 정권’에 무한정 석유 달러를 바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국내 휘발유 가격이 L당 1500원을 다시 넘어섰다. 중형차를 가득 채우는 데 10만 원 안팎이다. 소비자들이 석유 중독증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모든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초(超)고유가시대에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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