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총학생회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현 학생회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것은 도덕적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은 그제 총학생회 불인정(不認定)이라는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총학생회가 선거인 명부를 조작해 ‘권력세습’을 꾀했다는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손 총장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지성의 상징인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큰 충격”이라고 했다. 손 총장은 대학 밖에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회가 부정선거에 부패 비리까지 구악(舊惡) 정치인을 닮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 고려대에서 출교(黜校)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총학생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달라며 교수들을 16시간이나 억류했었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대학 건물을 점거 농성하는 학생회는 부지기수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폭력집단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학 총학생회가 자유민주와 정의의 수호 기구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민정당사 점거 농성 사건을 주도했던 김영춘(1984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임수경을 평양축전에 파견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님’ 임종석(1988년 한양대 총학생회장)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한창 ‘운동’하던 무렵이다. 그러나 386 세대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자신도 386인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은 “정의감만 있을 뿐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2006년의 총학생회도 스스로 자유민주와 정의의 수호천사로 여기는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리도 당당하게 불법과 탈법을 감행할 리 없다.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은 최근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비참한 폭력은 자신만 옳다며 다른 생각은 거부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썼다. 공부 대신 불법 폭력을 일삼는 총학생회가 훗날 또 정치권을 장악할까 겁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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