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이 정부가 수출할 ‘발전 경험’은 뭔가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24일 아프리카 14개국 경제장관이 1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프리카의 장관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은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당시 아프리카 몇 나라는 한국보다 부자였지만 지금 한국은 빈곤국을 도와주는 나라로 도약했다. 그 비결을 알고 싶다.”

도널드 카베루카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는 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농촌에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중국 지방 관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통스러웠던 구조조정 경험까지 동남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까지 번지고 있는 ‘한국 경험 배우기 열풍’과 달리 정작 국내에서는 소중한 경험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청와대는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한 2월 28일자 양극화 시리즈에서 “압축 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 한국의 압축 성장은 불균형 성장이고 지속 불가능한 성장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100% 잘된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과 빈부격차 심화 같은 부작용이 따랐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이 그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한국의 경험을 배우려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터키 관리들에게 경제 개발 컨설팅을 해주는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터키 정부의 경제 정책은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과 흡사한 측면이 많다. 터키 경제장관에게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그렇게 하지 말고 대기업을 키우라’고 충고해 줬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초 “양극화 해소를 통한 성장과 분배의 균형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화두를 던졌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허덕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한국 경제발전 모델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개도국들의 방문에는 흡족해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도국들이 배우고자 하는 한국의 경험은 현 정부의 치적이 아니라 모두 과거 정부 때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거를 비판하기만 하는 이 정부는 훗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무엇을 남겨 놓을 것인가. 개도국들이 지금의 한국과 같은 발전 단계에 이르렀을 때 다시 한국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현진 경제부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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