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경기도와 LG필립스는 ‘산업집적(集積)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이라는 규제 장벽 앞에 서게 된다. 당시 산집법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첨단 25개 업종에 한해 2003년 말까지 한시적으로만 허용했다. 열 달 안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입주계약까지 완료하라는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경기도는 총력전을 펴 정부로부터 시한연장을 얻어냈다. 그럼에도 환경영향평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규제의 벽은 겹겹이었다.
2005년에도 난관은 기다리고 있었다. LCD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려면 관련기업의 협력단지가 필수적이다. 산집법은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협력단지를 비수도권에 지으면 막대한 물류비용 때문에 파주공장은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작년 5월 국내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신증설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과 연계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는 반발하는 손 지사에게 “정치는 내가 고수이며 손 지사는 한참 아래”라는 말까지 했다. 4만 개의 일자리가 걸린 투자문제를 정치 단수(段數) 시비로 변질시킨 것이다. 결국 정부는 작년 11월 대기업의 수도권 신증설을 200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8개 첨단 업종으로 제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파주공장 준공식에서 손 지사에게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25개 첨단업종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허용한다면 당장 5개 업종 4조4000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져 일자리 5만 개가 창출된다. 노 대통령은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말고 이런 투자를 성사시키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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