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그들은 가슴에 별 세 개가 새겨진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뒹굴었다.
이제 어느덧 중년이 된 그들은 여전히 따뜻한 선후배의 정을 나누고 있다.
프로농구 챔피언 삼성 안준호(50) 감독.
그는 자신이 현역 시절 실업팀 삼성에서 뛰던 1980년대 한솥밥을 먹었던 오리온스 김진(45) 감독, 동부 전창진(43) 감독과 우승 후 처음으로 뜻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농구대회가 열린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였다.
안 감독은 요즘 축하받느라 바쁘지만 후배 감독들의 “형, 정말 잘했어”라는 말이 더욱 고마웠다. 선배였어도 안 감독의 정상 등극은 후배들보다 늦었다. 김 감독은 2002년에, 전 감독은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나 이미 우승한 것.
삼성 출신 우승 감독 3총사가 된 이들은 추억도 많다.
김, 전 감독은 “형의 별명은 막손과 안 박사”였다며 짓궂게 말했다. 막손은 안 감독의 엄지손가락이 워낙 짧아서, 안 박사는 평소 신문 잡지 등을 많이 보기 때문에 붙은 것. 후배 감독들은 안 감독의 우승에 대해 “늘 성실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어머니 이아기(98) 씨가 48세의 나이 때 늦둥이(3남 4녀의 막내)로 낳은 안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했지만 연습벌레로 통하며 국가대표까지 됐다. 김 감독은 “숙소에서 체육관까지 차로 20분 거리였는데 준호 형은 늘 버스를 타지 않고 뛰어다녔다”고 회고했다.
안 감독은 후배에 대한 정도 많다. 전 감독은 “삼성에 입단했을 때 형이 최고참이었는데 늘 챙겨 주고 먹을 것도 자주 사줬다”고 고마워했다. 전 감독은 2003년 대표팀 감독이 됐을 때 당시 야인이던 안 감독을 코치로 뽑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농구 역대 우승 감독 출신 팀 | |
출신 팀 | 감독 |
삼성 | 안준호(1) 김진(1) 전창진(2) |
현대 | 신선우(3) |
산업은행 | 최인선(2) |
기업은행 | 김동광(1) |
괄호 안은 우승 횟수 |
안 감독은 우승 후 “삼성 출신 최초로 프로 삼성의 우승 감독이 된 데는 김진 전창진 같은 후배들의 도움도 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플레이오프 때 이들은 6강, 4강전에 잇달아 만나는 묘한 인연을 보였다.
자신이 막내라 후배들이 친동생 같다는 안 감독은 “다부지게 한턱 낼 테니 준비만 하라”고 말했다. “형, 기대할게”라며 웃는 김, 전 감독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