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25는 26의 자리로 늘고 싶지만 백 ‘가’로 중앙 진출로가 막히면 흑의 운신이 곤란해진다. 백 26의 젖힘을 당해도 흑 27로 늘어 버틸 만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수.
백 28은 흑 29와 교환돼 악수(惡手)지만 백 30을 두기 위해 선수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
흑 31로 들여다볼 때 잇지 않고 백 32,34로 반발했다. 롤러코스터가 서서히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듯 반상에 곧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긴박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흑 37까지 흑백 모두 모양이 사나워졌다.
일단 백 한 점이 흑진에 갇힌 꼴이기 때문에 백이 뭔가 수를 내야 한다. 백이 평범한 수를 두면 흑의 파상 공세에 걸려든다.
이상훈 9단이 5분여의 생각 끝에 찾아낸 백 38, 40은 멋진 감각이다.
흑은 섣불리 참고 1도 흑 1로 끊을 수 없다. 백 2로 단수치고 4로 늘어든 뒤 백 18까지가 교묘한 수순. 한 수마다 음미해볼 만하다. 백 18 이후 19와 20의 자리가 맞보기여서 흑이 낭패를 당한다.
결국 김지석 3단도 흑 41로 양보하며 백 48까지 타협했다. 이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흑 49가 또 한 번 반상을 소용돌이치게 한다. 백이 참고 2도 백 1로 이으면 흑 2로 내려서 백 전체를 공격하겠다는 의미다. 흑 8까지 백이 여전히 미생마로 남게 돼 부담스럽다.
백 50도 쉽게 떠올리기 힘든 붙임. 싸움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