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김재엽 씨는 “면접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다음 날 ‘공연이 다원적이지 않다’는 전화가 왔다”며 낙선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다원’이라는 용어 자체가 애매하다”면서 “‘교수 연출자는 지원하지 말라’는 식으로 명쾌하게 기준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활동가 드라마고 씨도 낙선 당시 ‘다원예술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예술은 원래 독립적이고 다원적인 것인데, 예술의 기본정신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안무가 이은주 씨는 “돈이 없어 지원을 신청하는 가난한 순수 예술가들에게 지원신청서에 관객점유율과 예산 조달 방안 같은 항목을 적으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A4 용지 서너 장 분량의 발제문을 준비해 왔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면서 발제문을 제쳐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 발제자들의 의견은 ‘다원예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낙선 이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하는 문화예술위는 ‘다원예술’을 ‘새로운 접근과 다양한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창작 활동’이라고 정의했지만 이 같은 개념이 명료하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양효석 예술진흥실장은 “2001년부터 ‘다원예술’ 지원사업이 시행됐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를 보강해 나가기 위해 ‘낙선포럼’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주무자들조차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째. 이날 지적된 문제점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문예진흥기금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눠 먹기식’ 지원이라는 시비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올해 민간위원회로 발족한 문화예술위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낙선 포럼’을 열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을 기대해 본다.
김지영 문화부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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