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통계청은 민간이 밝혀낸 통계의 진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통계청은 통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세금 써 가며 수집한 통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거나,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해 통계의 의미를 알고도 모른 척해 온 것은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실업고교생을 ‘집안이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여겨 자비를 베풀듯이, 대학 진학 때 특별전형 비율을 5%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논란이 커졌지만 교육인적자원부나 통계청은 국민의 판단을 도울 실업고 관련 통계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통계청은 행정자치부 등 일부 부처의 통계 오해(誤解) 및 오용(誤用) 사례를 심심찮게 지적해 왔다. 요컨대 정부의 통계 개발, 관리, 활용 능력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가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런 정부가 민간 기관의 통계 작성에 간여할 수 있도록 통계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규제개혁 차원에서 7년 전에 폐지된 ‘(민간) 통계작성기관 직권 지정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이 생산하는 중요한 국가 통계가 정부의 통제(統制)를 받게 되고 ‘통계 품질진단’을 구실로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통계는 발표하지 못하게 할 우려도 있다.
통계와 관련해 정부가 주력할 일은 따로 있다. 국가 현실을 바로 짚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고급 통계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 정책논리에 꿰맞추는 통계만 골라 내놓지 말고 국민이 현안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통계의 신뢰성을 따지려면 정부 통계부터 정비해야 한다. ‘통계로 거짓말하는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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