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성급한 패 시작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0분


김지석 3단은 아무 의심 없이 흑 71로 당장 패를 걸었다. 이 패의 크기는 30집이 넘기 때문에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3단은 우상 쪽에 팻감이 있어 이 패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흑 71은 한 템포 빠른 설익은 수였다.

흑은 참고 1도 흑 1로 두 점을 따내야 했다. 백 2에는 흑 3의 팻감을 쓰고 흑 5로 패를 계속한다. 물론 흑이 바로 패를 결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이 한 수 늦은 패다. 그러나 참고 1도처럼 두면 백에게 마땅한 팻감이 없다.

게다가 이 패는 흑보다 백이 훨씬 부담스럽다. 흑은 패에 질 경우 귀만 내주면 되지만 백은 주위의 백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흑은 여유 있게 패싸움을 할 수 있었는데 흑 71로 스스로를 진흙탕에 빠뜨린 격이다. 백 76, 82의 팻감은 참고 1도처럼 두지 않은 여파로 생긴 것.

그래도 김 3단은 흑 85의 팻감을 쓰면서 우하 귀 패를 이겼다고 생각했다. 더는 백의 팻감이 없다고 본 것. 하지만 흑 85의 팻감을 받기 전에 백 86으로 먼저 흑의 응수를 물어본 것이 절묘했다. 백 86은 백 90의 팻감을 보장하는 절묘한 수였다.

흑 91 때 참고 2도 흑 1로 패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백 4, 6의 공격이 통렬해서 견디기 힘들다.

팻감이 떨어진 흑은 93, 95로 중앙 백 7점을 잡았지만 우하 귀 패를 진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더구나 선수를 잡은 백이 96으로 공격하자 하변 흑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75·81·89… ○, 78·84·92…72.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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