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38개월 동안 세금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35차례나 내놓았지만 집값 땅값은 계속 올랐다. 특히 강남 불패(不敗)를 끝장내겠다던 정부의 공언을 비웃듯이 생활여건이 좋은 지역의 큰 아파트부터 가격이 폭등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책은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김 실장은 세금폭탄을 과신(過信)하기보다는 정책이 불신당하는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시장의 수요공급원리를 무시한 탓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물론 세금으로 집 부자를 괴롭히면 고소하게 생각할 사람도 적지 않아 여당의 선거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세수(稅收)도 단기적으론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오기(傲氣)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낳을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다. 이미 지난 3년간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 때문에 집값 불균형만 심화돼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게다가 부자들이 세금부담에 대응해 소비를 줄이면 경기(景氣) 위축으로 하위소득층의 빈곤화가 심해질 것이다.
주택 보유세를 2%까지 매기겠다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징벌적 과세’ 행태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다음 정부가 이런 세제를) 못 바꾸도록 (우리가) 해 왔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영구히 집권한다고 해도 이런 정책은 유지하기 어렵다. 충격요법으로 시장을 왜곡하면 결국 경제가 병들고 자구(自救)능력이 약한 계층부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집값은 안정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넓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부가 공급 위주의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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