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폭탄’ 위력 過信하는 金병준 실장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1분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어제 “신문이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디자인한 게 2%(집값의 2%에 해당하는 보유세)이므로 2009년 가면 25억 원짜리 집에 사는 분은 종부세만 연간 5000만 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는 중(重)과세에 초점을 맞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초정밀유도탄’이라고 자랑했었다.

노무현 정부는 38개월 동안 세금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35차례나 내놓았지만 집값 땅값은 계속 올랐다. 특히 강남 불패(不敗)를 끝장내겠다던 정부의 공언을 비웃듯이 생활여건이 좋은 지역의 큰 아파트부터 가격이 폭등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책은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김 실장은 세금폭탄을 과신(過信)하기보다는 정책이 불신당하는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시장의 수요공급원리를 무시한 탓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물론 세금으로 집 부자를 괴롭히면 고소하게 생각할 사람도 적지 않아 여당의 선거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세수(稅收)도 단기적으론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오기(傲氣)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낳을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다. 이미 지난 3년간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 때문에 집값 불균형만 심화돼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게다가 부자들이 세금부담에 대응해 소비를 줄이면 경기(景氣) 위축으로 하위소득층의 빈곤화가 심해질 것이다.

주택 보유세를 2%까지 매기겠다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징벌적 과세’ 행태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다음 정부가 이런 세제를) 못 바꾸도록 (우리가) 해 왔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영구히 집권한다고 해도 이런 정책은 유지하기 어렵다. 충격요법으로 시장을 왜곡하면 결국 경제가 병들고 자구(自救)능력이 약한 계층부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집값은 안정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넓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부가 공급 위주의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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