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실시한 계기수업이 좋은 예다. 수업은 학생들이 5곳의 가상 마을을 돌면서 사장과 근로자의 역할을 번갈아 해 보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사장이 된 학생은 근로자가 된 학생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은 채 아무 일이나 시키고, 불만을 제기하면 징계하고, 심지어 옷차림이나 표정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도록 돼 있다. 수업이 끝나고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의 느낌’과 ‘어떻게 변하면 좋을지’를 써 내라고 할 때, 아이들은 과연 뭐라고 쓸까.
아이들이 듣고 보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8·31 부동산 대책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종합부동산세가 무거워졌다지만) 세금폭탄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땅 부자, 집 부자는 모두 정부 정책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어서 가차 없이 무거운 세금을 때려야 한다는 암시가 깔려 있다.
민주노총이 자본주의를 ‘약육강식, 생존경쟁의 지옥’으로 표현한 것은 그렇다 치자. 공정하고 균형 잡혀 있어야 할 정부의 ‘국정브리핑’ 웹사이트마저 우리 경제를 ‘소수 승자(勝者)만 존재하는 카지노 경제, 약육강식의 밀림’으로 그리고 있다. 정권의 사회주의적 성향은 감춘 채 ‘자본주의는 문제가 많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선물도 주고, 같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자녀들과 한번쯤 경제 얘기를 나눠 보기를 권한다. 부자를 ‘남의 것을 부당하게 빼앗은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놀라는 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자녀가 부자 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