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2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겨냥한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이날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연대해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주민소환법 등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민노당이 원칙 없이 여당과 야합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이 원내대표가 “오늘 민노당의 행태는 한국 진보주의 정치사에 영원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박 대변인은 “패장(敗將)의 뒷담화”라고 받아쳤다. 또 “민노당이 남긴 것은 오점이 아니라 역사의 굵은 한 획”이라고 자평했다.
같은 당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안 통과에 대해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승리”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당원들의 판단은 다른 듯하다. 본회의 표결 직후 민노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당원은 “민노당은 목적을 위해선 과정과 절차는 필요 없다는 거냐”며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한 당원은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의 불쌍한 노예가 됐다”며 당의 한자 이름을 ‘민노당(悶奴黨)’으로 바꿔 표기하기도 했다. 야당다운 ‘지조’를 지키지 않고 여당이 손 내밀 때마다 이용당한다는 냉소였다.
‘백로인 척하는 까마귀’, ‘열린우리당 2중대’, ‘간도 쓸개도 없는 자동 거수기’ 등 신랄한 반응도 많다.
9석의 한계에 몸부림쳐 온 민노당이 나름대로 비정규직 법안 등을 협상카드로 활용한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민노당이 김원기 국회의장마저도 여야 간에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했던 주민소환법을 뒤늦게 끼워 넣은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법은 이영순 의원이 발의한 지 35일밖에 안 돼 여야 간에 본격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당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야합이 아닌 협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민노당은 정치적 협상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주요 법안의 처리 때마다 ‘야합’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