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바둑엔 수읽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 존재한다. 국면의 형태에 따른 작전의 변화, 각 형태에 숨어 있는 뒷맛, 상대의 기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능력의 보유 여부가 정상급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이 바둑의 승부는 우하 귀 패에서 갈렸다. 흑 71로 성급하게 패를 들어간 것이 패착이었다. 우하 귀 패의 크기는 무려 40집에 육박하기 때문에 김지석 3단은 흑 71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흑은 우하 귀를 다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중앙 두 점(34, 42)을 따내 두텁게 두는 역발상이 필요했다. 흑은 결국 패도 이기지 못하고 중앙 몇 점을 잡는 데 그쳐 10여 집 이상 손해를 봐 형세를 그르쳤다.
이상훈 9단은 1991년 이후 15년 만에 본선에 입성했다.
72·78·84·92…68, 75·81·89…69, 94…64, 185·190…177, 188…182, 199…113, 202…120, 203…184.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18분. 대국장소 서울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20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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