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8일 현재 타율(0.362), 타점(22개), 출루율(0.495), 장타력(0.638)의 4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얼마 전엔 프로 통산 3번째로 300홈런을 쳤고, 5타점만 추가하면 장종훈(한화 코치·1145타점)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오른다. 어디를 보나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타자다.
그렇지만 8개 구단 타격 코치들이 그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타구한 뒤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은 8개 구단 선수들을 통틀어 양준혁이 최고라는 것이다.
타격 후 1루로 전력 질주하는 것은 야구의 기본이다. 그렇지만 많은 선수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 천천히 뛰는 선수는 물론이고 일찌감치 뛰기를 포기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데 양준혁은 1993년 프로 데뷔 이래 올해까지 ‘1루까지 죽을힘을 다해서 뛴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과는 엄청나다. 양준혁은 “땅볼 타구를 하고 나서 온 힘을 다해 1루로 뛰면 1년에 3, 4개의 안타를 더 건질 수 있다”고 말한다. 2할대 후반에 그칠 타자가 3할 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양준혁의 ‘3할 비결’도 여기에 있다.
열심히 뛰는 것을 보는 야수들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실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록원들도 이런 플레이에는 실책보다는 안타를 주기 십상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역시 실력보다는 이 같은 기본기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한 코치는 “양준혁만큼 열심히 뛰는 선수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되겠나. 다른 팀 선수지만 정말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에서는 인사만 잘해도 인정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는 1루까지만 열심히 뛰어도 이듬해의 연봉이 달라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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