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년 반 만인 지난주 최 감독은 꼴찌 팀 전자랜드와 계약하며 프로에 컴백했다. 자진 사퇴한 사령탑의 현장 복귀는 프로농구 사상 처음. 모비스를 떠나 방송해설가로 야인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해 아무 연고가 없는 동국대 감독을 맡았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명장 최 감독 영입을 통해 농구부도 도약하기를 바란다는 동국대 총장의 환영사까지 나왔다. 최 감독은 불과 1년 남짓 짧은 기간에 만년 하위였던 동국대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언젠가 프로 감독으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야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의가 왔을 때 의리는 잠시 접어둔 채 떠날 결심을 한 최 감독은 “프로에서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찍힐 수 있었는데 다시 잡기 어려운 기회가 왔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최 감독은 연세대 74학번 동기인 박수교 씨와의 끈질긴 인연도 보였다. 처음 프로 감독이 된 모비스에서 당시 박 감독의 뒤를 이은 뒤 이번에도 전자랜드 감독과 단장을 역임한 박 단장의 후임이 된 것. 우여곡절 끝에 감독의 꽃이라는 프로 사령탑에 다시 오른 최 감독은 “실패는 쓴 약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상대를 인정하며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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