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은 총 100명으로 가장 강한 1조부터 최약체 10조까지로 나뉘어 입단을 위해 경쟁한다. 조별 리그전 성적에 따라 상위 조로 오르기도 하고 하위 조로 떨어지기도 한다.
1∼5조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1조 소속이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입단은커녕 한참 밑의 조로 밀릴 수 있다. 이처럼 수년간 살얼음 같은 승부를 펼치다 보면 입단 후에도 웬만한 승부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이 된다.
백 22는 ‘가’를 먼저 두는 것이 근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흑 ‘나’로 붙여 오는 것이 껄끄럽다. 좌상과 우하를 흑이 선점하고 있어 어떤 정석을 택해도 전체적 국면의 모양이 흑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공산이 크다.
흑 23, 백 24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행. 한판 붙어 보자는 뜻이다.
백 32로는 참고도 백 1, 3을 아낌없이 선수하고 백 5로 두는 수도 가능하다. 백 15까지가 보통인데 백이 두텁다.
진 초단은 백 34의 날일자로 씌운다. 우변 흑 한 점이 곤란해 보이는데 목진석 9단은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다.
흑 35가 뜻밖의 역주행·백세가 강한 곳에서 좁게 벌리는 것은 보통의 감각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이어 목 9단은 흑 37, 39를 기분 좋게 선수한다. 흑은 이처럼 밖에서 요모조모 활용한 뒤 우변을 버릴 줄 알았는데 41로 붙여 살리겠다고 나선다.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격이다.
진 초단의 눈썹이 꿈틀한다. 흑 41은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흑 41이 의외로 만만치 않은 수임을 깨달은 진 초단은 머리를 바둑 판 위로 수그렸다. 진 초단의 수읽기가 시작됐다.
진 초단은 참고도보다는 우변 흑 한 점을 공격하며 부수입을 얻는 게 낫다고 본 것.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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