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엔 30∼40개의 야설 공급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각 업체에 평균 10여 명의 작가가 소속돼 있다고 한다. 불륜, 직장 내 성폭력, 근친상간, 변태 등이 이들이 다루는 소재다. ‘불타는 밤’ 등 제목부터 그렇고 그렇다. 자극적인 상황을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작가의 능력과 원고료가 판가름 난다니 시장원리에 맞긴 맞다. 음란의 강도(强度)를 높이기 위한 ‘야한 경쟁’이 벌어질 만도 하다.
▷휴대전화 야설 서비스로 큰돈을 번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3년간 5953건의 야설을 올려 4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통 3사가 챙긴 돈만 198억 원이다. 콘텐츠 업체와 한통속이 돼 음란장사를 했다니 이들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은 이 부분에서 ‘불륜경영’이 되는 셈인가. 무엇보다 이들 업체가 제공한 야설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을 것이다.
▷야설뿐 아니다. 지금 휴대전화에는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 ‘야음’(야한 음향) 등 ‘야’자 돌림이 난무하고 있다.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한 성인(成人)인증절차가 있지만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떠도는 성인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구하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다. 당국이나 이통 3사, 콘텐츠 업체 관련자의 아들딸도 예외가 아니다. 불량식품이건, 불량소설이건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자식 사랑은 남 못지않을 것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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