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당 지역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공천 장사를 벌여 능력자보다는 고액 헌금자를 공천했다. 각 당은 정당공천제를 시행해야만 유권자들이 용이하게 지지 후보를 선택하게 도와준다고 주장했지만, 이면으로는 공천 장사를 벌여 국민을 기만했다. 지방의원 직을 유급화하고 시군구 의원 후보도 정당공천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친 터라 공천 장사에 손님들이 몇 배나 몰렸고 공천 대가도 훨씬 비싸졌다고 한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는 고액의 헌금을 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히려 당선된 후 무소속 후보보다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더 높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 유권자로서는 후보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 어렵게 됐고,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는 데 혼란스럽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후보가 제시한 공약의 구체성, 측정 가능성,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 선거문화가 개선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의 공약을 검증할 뿐 후보가 과연 불법 행위, 비리나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를 검증하지는 못한다. 전력(前歷)이 문제가 있더라도 교수나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그럴싸한 공약을 만들어 제시하면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공약보다 후보의 도덕성이 중요하다. 과거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지명되었다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식의 병역기피, 땅투기, 축재 등이 문제가 되어 낙마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좋은 공약을 내걸었더라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후보라면 유권자가 표로써 이를 응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이번 선거부터 ‘프라이드(PRIDE)선거로 프라이드 가진 국민 되자’는 선거 캠페인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프라이드’란 업적(Performance)을 쌓았거나 쌓을 수 있고, 책임의식(Responsibility)이 투철하며, 청렴(Integrity)하고, 민주적 사고방식(Democracy-orientation)을 가지고, 주민과 지역을 위해 열정(Enthusiasm)을 불사를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운동이다. 그럴싸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켜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자,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거나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 부정부패나 범법행위를 저지른 자, 자기주장만 옳다고 여기고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편협한 사고의 소유자, 주민을 위하기보다는 사익(私益)을 위해서 출세의 발판으로 선거에 나선 자를 뽑지 말자는 것이다.
투표일까지는 보름가량 남아 있다. 이 기간에 유권자들은 후보 중에서 프라이드 요건을 고루 갖춘 인재가 누구인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인가’보다는 ‘요건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가’를 챙겨 투표해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정치인들의 공천 장사와 온갖 횡포를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
‘프라이드’ 선거로 인물 검증을, ‘매니페스토’ 선거로 공약 검증을 한다면 민주주의 도약과 정치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 명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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