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저축하라고 가르쳤다. 주식투자에 빠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성실하지 못한 태도의 전형이라고 일러 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가르침이야말로 바로 자녀들을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으로 만드는 잘못된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어차피 한국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국부(國富)의 대부분은 거의 기업의 실력에서 나온다. 주식투자는 바로 한국 국부의 원천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자녀들은 이를 통해 자연스레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 “자녀에게 올바른 투자 의식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재산보다 더 의미 있는 상속”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상건 선임연구원은 “자녀에게 알려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혜는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다수의 한국 부모는 자녀에게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돈을 잘 굴려서 더 큰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특히 노동을 하지 않고 번 돈을 불로소득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버는 것’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개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03년 국민은행이 발간한 ‘가정에서의 어린이 경제·금융교육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부모들은 71%가 자녀에게 돈을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반면 투자를 가르치는 한국 부모들은 33%에 그치고 있었다.
한국 증시에는 단타매매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이 역시 어려서부터 ‘투자란 위험을 줄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올바른 투자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는 최근 ‘현명한 부모는 돈보다 지혜를 상속한다’는 책을 통해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적인 투자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용돈을 통한 교육이다. 많건 적건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제한된 범위 안에서 스스로 합리적으로 선택하라’는 권한과 의무를 주는 것. 자녀들은 용돈을 사용하면서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 나간다.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가르치는 것은 필수. 절약과 저축 외에 위험자산이란 무엇이며 자산관리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 줘야 한다.
또 시간개념과 기다리는 법도 교육해야 한다. 좀 더 크고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욕심과 충동을 자제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는 것.
실제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기다리는 법을 아는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가 손에 쥐는 결과는 천양지차일 수 있다.
이상건 선임연구원은 “자녀에게 온전한 금융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저축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모부터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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