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대세점을 놓치다

  • 입력 2006년 5월 22일 02시 59분


2000년 이후 두 기사가 공식 대국에서 만난 건 두 번밖에 없다. 서로 1승씩 나눠가졌다.

흑 37까지 하변 백 진을 삭감하러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실속이 없다. 백 38로 끊어 여전히 백이 기분 좋은 흐름이다.

그런데 순항하던 백이 갑자기 암초에 걸려 좌초한다. 백 42가 결정적인 완착. 유연하게 바둑을 이끌어 오던 안조영 9단이 갑자기 실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선 것. 그러나 백 42로 둬도 좌변은 뒷문이 열려 있어 한 수를 더 놓아야 확실한 집이 된다.

이 모양에선 참고 1도 백 1이 대세의 요처였다. 이렇게 뛰어 놓으면 사방이 편안해진다. 흑도 2가 좋은 행마지만 백 3, 5를 선수하고 7∼11까지 우하 귀를 정리하면 백 우세. 두터운 바둑을 좋아하는 안 9단이 작은 실리를 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흑 43의 한 방이 급소여서 백 두 점이 휘청거린다. 허술해 보였던 우변 흑도 생기를 띤다. 백 돌을 공격해 우변 쪽으로 몰고 가면 우변의 흑 돌이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안 9단은 고민 끝에 백 48, 50으로 안에서 살자고 나섰다. 우변 쪽으로 탈출해봐야 흑 진만 굳혀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안에서 살려고 하는 백의 행마는 계속 옹졸해지는 반면 흑의 행마는 47, 53 등 기세등등하다.

흑 53에 대한 백의 대응도 어렵다. 참고 2도 백 1로 뛰어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흑 4까지 우변 흑 집이 두툼해진다. 게다가 백 대마가 완생한 모양도 아니다. 안 9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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