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효과 높일 국내 구조조정 병행해야

  • 입력 2006년 5월 22일 03시 00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는 우리의 산업 전문화 및 생산성 개선 노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FTA만 맺으면 미국 시장에 눈을 감고도 진출할 수 있고 미국 자본의 국내투자가 부쩍 늘어나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최근 미국과 FTA를 맺은 4개국 가운데 싱가포르는 FTA 체결 전부터 미래 국가발전전략을 추진 중이었고 FTA를 통해 개혁·개방을 가속화해 아시아 중심국가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이런 준비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과의 FTA를 확대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는 경쟁력이 있던 설탕산업이 미국의 반대로 FTA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되레 어려움에 빠졌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한 차례만 주고 구조조정을 유도했다고 한다. 호주는 또 중학교 이상의 교육시장을 스스로 개방했다. 이는 교육 경쟁력을 키워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호주는 FTA에 매달려야 했던 정치적 이유도 있었지만 FTA를 통해 국내 개혁을 촉진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주 FTA 관련 세미나에서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FTA는 통상(通商)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FTA를 체결했다고 해서 바로 무역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중국의 추격 등 위협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능동적 개방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FTA는 21세기의 새 조류다. 지역별 무역협정은 현재 193개로 그중 절반이 넘는 102개가 2000년 이후 체결됐다. 이 추세에 뒤지면 FTA의 혜택도 못 본다. 우리가 미국과 FTA를 잘 성사시키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살린다면 FTA 후발국의 불리한 상황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FTA 협상 내용과 체결 후 구조조정 방안을 숙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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