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中지도자들 싼샤댐 완공식 참석안한 까닭

  • 입력 2006년 5월 22일 03시 00분


‘생수 한 병 들고 폭죽을 터뜨린 뒤에 함성 한 번 지르고 8분 만에 끝.’

창장(長江·양쯔강)의 수마에서 벗어나자는 3000년 중화민족의 꿈을 실현했다는 중국 싼샤(三峽) 댐의 완공을 경축하는 행사 내용이다.

중국 신징(新京)보는 20일 후베이(湖北) 성 이창(宜昌) 시 싼샤 댐 현장에서 열린 경축행사를 소개하면서 “평소 이런 행사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도자들의 자리도, 기념품도 없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수백 위안(1위안=약 120원)의 폭죽 값이 전부. 간소한 행사 수준을 넘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이날 행사에 누구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물론 싼샤공정건설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마저도 불참했다. 이는 국가의 주요 행사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9명 가운데 한 사람은 참석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국가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실황중계를 하는 CCTV 종합채널은 이날 경축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드라마만 내보냈다. 화교를 위한 CCTV 국제방송과 후베이 TV만이 잠시 실황을 중계한 게 전부였다.

싼샤 댐은 하류의 1500만 주민과 150만 ha의 농경지 안전을 보장하는 댐이다. 2240만 kW의 전력설비는 한국 전체의 3분의 1을 능가한다. 협곡의 ‘마(魔)의 수로’도 ‘황금수로’로 바뀐다.

그런데 당초 100만 위안이 넘는 예산을 들여 화려한 준공식을 치르겠다던 중국 정부가 갑자기 행사를 축소하고 지도부가 대거 불참한 것이다.

홍콩 언론은 댐 건설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국제환경단체의 문제 제기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겉으로는 문제없다고 장담했지만 생태계 파괴, 수질 오염 등이 나중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까봐 참석을 기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싼샤 댐의 건설로 서해 어족자원의 고갈이 예상되는 한국 등 이웃나라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단순히 행사 참석을 피하기보다는 떳떳하게 문제를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책임 있는 중국 지도부의 자세가 아니었을까.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