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고비마다 실착

  • 입력 2006년 5월 25일 03시 03분


백이 돌을 던진 장면에서 백이 중앙 수상전(手相戰)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 백 1로 두는 것이 최선인데 흑이 2 이하를 거쳐 8로 두는 것이 좋은 수. 백은 꼼짝할 수 없다.

한종진 6단은 야구 축구 테니스 골프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스포츠맨이다. 프로기사 야구팀 ‘기’에선 선발투수다. 그는 주위와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프로기사들이 대개 낯을 가리는 데 비해 붙임성이 좋기 때문에 ‘기’도 그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승부에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승부사는 승부사다운 고요함과 내적 평정을 가져야 한다. 올 성적도 10승 8패로 평범한 편이다.

그래서 당초 이 승부의 결과를 예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안조영 9단의 승리를 점쳤다.

대부분의 국수전 예선 결승전이 3월 말에 끝난 데 비해 이 대국은 5월 3일 치러졌다. 안 9단의 대국 일정이 빽빽해서 생긴 일이었다.

그는 강원랜드배 한중 대결, 기성전 도전기, 전자랜드배 본선과 같은 주요 대국을 연이어 치렀다. 그만큼 성적이 좋다는 뜻이었고 5월 1일 집계한 국내 기사랭킹에서 그는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 안 9단은 고비마다 실착을 저지르며 형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우세한 바둑에서 실리를 탐한 백 42가 최초의 실착이었고 흑 67의 응수타진에 너무 나약하게 응수한 백 68, 흑 87로 뛰는 수를 깜박한 86이 백의 발목을 잡았다. 최후의 패착은 백 98. 99 자리에 뒀으면 쉽게 타개할 수 있었는데 사이비 급소를 두는 바람에 더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백은 수상전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백의 포위망이 워낙 허술해 흑을 가둘 수 없었다.

한 6단은 국수전 본선에 처음 진출했다.

소비시간 백 2시간 51분, 흑 1시간 57분. 대국 장소 서울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117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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