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굴욕적인 행마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4분


원성진 6단의 별명은 ‘원 펀치’. 결정적 ‘한 방’이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힘이 좋다.

특히 지금 국면처럼 대마를 몰아가는 공격은 그의 장기에 속한다.

백은 어디든 끊기면 곤란하기 때문에 행마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백은 50, 54처럼 절대 끊어지지 않는 마늘모 행마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

흑 55가 마늘모 행마의 단점을 추궁하는 정문의 일침. 백은 기분 같아선 57의 자리로 밀고 나가고 싶지만 흑 ‘가’로 끊는 수가 당장 눈에 보이기 때문에 56의 보강이 불가피하다.

흑 59도 둔한 듯하지만 은은하게 살기를 풍기고 있다. 백 대마가 온전한 집은 하나도 없는 상태.

백 60의 마늘모 행마도 목숨만 살려 달라는 수처럼 보인다. 돌에 탄력을 붙이려면 참고 1도 백 1로 막고 흑 2 때 3으로 젖혀야 하지만 흑 4로 끊는 수에 대책이 없다. 평소라면 흑 4처럼 끊는 수는 무리지만 지금은 주변 흑이 워낙 두터워 성립한다.

흑 61은 공격의 대가를 충분히 얻었다고 보고 자중한 것. 백을 우격다짐으로 쫓기보다는 실속을 챙겨 놓고 천천히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멀리 보면 흑 61도 백 공격의 밑거름이 된다.

백 62 역시 굴욕적이다. 참고 2도 백 1로 뛰어 상변 흑 집을 삭감해야 하는데 역시 흑 2로 끼워 끊는 수가 있다.

흑 63, 65로 우상 일대 큰 집 모양을 만들자 옥 3단은 눈 딱 감고 백 66으로 우상귀로 돌진했다.

정수라면 백 대마를 보강하는 것. 그러나 흑이 귀에 말뚝을 박으면 더는 기회가 없다. 이젠 원 6단도 용서할 수 없다. 잠시 숙고하던 원 6단은 칼을 뽑아 들었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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