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인즉 이렇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 뒤 동대표를 맡아 달라는 주민들의 청을 받고 거절할 수 없어 맡았다. 대표를 맡는 동안 주민들의 민원 중 가장 많은 것이 경비원의 근무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경비원이 일하는 곳이 눈에 잘 띄는 통로 입구여서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도 주민들의 지적을 받았다. 우리 동에 근무하던 몇몇 경비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고 새로 경비원 김 씨가 왔다.
주민들은 외출할 때마다 김 씨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루에 몇 번을 만나도 어김없이 인사를 했다. 사실 아파트 생활 자체가 이웃사촌이란 친근감이 없어진 지 오래여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로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김 씨의 활달하고 친절한 인사말은 주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김 씨는 경비 업무에 충실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성심껏 주민들을 도왔다. 그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능동적으로 처리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기 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봉사를 다했다.
그는 또한 자기 직업에 만족해하며 긍정적인 생활을 하였다. 자연히 다른 경비원들에게 불평이 많던 주민들도 경비원 김 씨에게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느 날 반장을 맡았던 경비원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어 김 씨가 반장이 되었다.
이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자 주민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였다. 그는 반장이 된 뒤에도 더욱 열심히 일을 하였다. 주민들은 언제부터인지 반장 앞에 ‘왕’자를 붙어 왕반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주민들에게 환영받던 왕반장 김 씨는 어느덧 임기가 다 되어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가 떠나는 날 주민들이 모두 나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왕반장 김 씨처럼 임기 말에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떠나갈 일꾼들이 뽑혔으면 한다.
이상근 전 대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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