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말부터 이상기후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세기에 이상기후라고 정의한 기후 형태가 21세기에는 보편적인 현상일 뿐, 이제 이상기후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상 변화로 인한 대규모 태풍과 집중호우가 빈발하면서 수해 방지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0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고 도시의 약 80%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올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는 집중호우로 다뉴브 강의 수위가 120년 만에 최고위에 달함에 따라 홍수 비상사태가 발령됐다.
한국은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377명의 인명 피해와 약 10조 원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봤다. 올해는 얼마 전 발생한 제1호 태풍 ‘짠쯔’가 5월에 발생한 태풍으로는 50년 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돼 방재 연구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수해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댐, 저류지, 하천제방 등 다양한 수방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 예산의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치수사업비는 연평균 6600억 원에 불과하다. 나라살림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본이 연간 약 30조 원을 투입해 홍수 피해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 전체 댐 규모의 약 3배인 393억 t의 저수용량을 가진 싼샤(三峽) 댐을 20일 준공한 중국정부도 정부 차원에서 수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정부도 물론 종합치수계획 수립을 통해 댐이나 천변저류지 등의 수방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임진강 유역의 한탄강 댐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보전 논리에 밀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직결된 치수사업임에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진강 유역에 집중호우라도 내려 경기 북부 지역이 1990년대 후반의 악몽 같은 수해를 다시 겪는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치수사업은 헌법에도 명시된 국가의 의무이지 선택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도시 지역도 주택건설 및 도시기반시설 등에서 수해 방지를 고려한 방재형 계획·관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수도 서울은 100여 곳의 펌프장에서 물을 퍼내야 침수를 면할 수 있는 곳이다. 새로 건설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재해가 없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기본계획 단계부터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20세기 마인드로는 방재에 대한 투자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였으나 이제는 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인식하고 21세기 마인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때다.
방재를 위한 과감한 투자 확대 등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국가만이 21세기에 자연재해에 안전한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송재우 한국수자원학회장·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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