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김형태(전 KBS 시청자센터 주간) 위원은 그제 심의위원 회의록을 공개했다. 9명의 심의위원 중 한 사람인 그는 편파성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회의록엔 그 증거들이 가득했다.
2월 25일 방송된 KBS 1TV의 ‘파워인터뷰’를 보자. 이 프로그램은 “일당이 독점해서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 데가 너무 많다. 모두 한나라당 일색으로 해서 지방의 삶의 질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심의위는 7 대 2로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KBS 2라디오의 한 아침 프로도 18일 “지역적으로 한 정당에 표가 다 몰리잖아. 그러면 안 돼…같은 통속이 돼 청사만 크게들 짓고 이러는 거야”와 같은 내용을 내보냈으나 4 대 3으로 역시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다.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내보낸 프로그램은 ‘시정권고 조치’를 받았으나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무실 이전 소식을 다룬 방송은 4 대 3으로 ‘문제 없음’ 결정을 받기도 했다.
영국 에든버러에서 그제 개막된 제55회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서 요한 프리츠 IPI 사무국장은 “세계 140여 개 방송사 중 120여 개사가 정부 소유 또는 영향력 아래 있다”면서 방송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했다. 한국의 방송 실태와도 맞아떨어지는 시의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을 감시하는 심의기구까지 정권 편을 들면 방송 독립은 보나마나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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