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죄인이라 했다. 돈을 빌리면 채권자의 눈치를 보며 추하고 비굴하게 돼 버리기 마련이다. 높은 이자를 갚느라 다른 재산에까지 손실이 간다. 그러므로 부채를 줄이는 ‘빚 다이어트’는 행복해지는 비결 중의 하나다. 빚이 없으면 가족끼리 돈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언쟁을 벌이는 횟수도 줄어든다. 채권자의 독촉을 피해 도망칠 필요도,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 철렁거리는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다.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유대인은 빚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손에게 ‘빚은 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며, 어쩔 수 없이 쓴다면 서둘러 갚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롯데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재일교포 부호들도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다. 애당초 신용이 약해서 일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쓸 수 없는 처지였으므로 ‘빚 안 쓰는 경영’이 기본이다. 이들은 국내 기업인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탕감해 달라’고 정부나 은행에 떼쓰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한다.
▷빚은 절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비만과 통한다. 과식 습관처럼, 한번 맛들이면 과소비와 부채의 수렁에서 헤어나기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빚 얻어 쓰겠느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지만, 빚도 습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 베스트셀러에 오른 ‘청빈의 사상’은 바로 옛사람들의 간소한 삶이 보여 주는 ‘심신(心身) 다이어트’의 행복을 일러 준 책이다. 무모하게 갖기 위해 카드 빚을 지고 자살하기보다는 아예 ‘가진 것’만 즐기는 것도 지혜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