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신문발전위, 자기들 자료는 왜 안 밝히나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신문사의 경영 자료를 6월 30일까지 추가로 신고 받습니다.”

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신문사의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세세한 경영 자료 제출을 요구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었던 신문발전위원회가 자료 신고 마감일을 한 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신문법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인 140개 일간신문의 신고 마감일은 5월 말. 이 기한을 넘기면 최고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법정 기한을 넘겨서까지 마감일을 연장한다는 발표에 기자들의 관심은 ‘대체 신고율이 얼마나 낮으면 그럴까’로 모아졌다.

“현재까지 몇 개사가 자료를 신고했나.”(기자)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6월 1일자 등기우편 소인분까지 기다리고 있다. 접수된 자료도 신고 항목의 누락 여부를 확인 중이다.”(김주언 신문발전위 사무총장)

“대략 몇 개 언론사가 신고했나.”

“말하기 어렵다. 다만 신고한 신문사가 거의 없다든가 그런 건 아니다. 두 자릿수 이상이다.”

신문발전위의 답답한 태도에 한 기자가 이렇게 되물었다.

“신문사에는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신문발전위가 마감일까지 자료를 신고한 신문사 수도 투명하게 못 밝히나.”

김주언 사무총장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접수한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며칠 후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신문발전위는 또 기한 연장에 이어 “아직 신고하지 않은 신문사는 신문법에 명시된 사항만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발표한 ‘신고 서식’에서는 지국 전화번호와 배포 구역, 우송 지원비와 확장 수수료까지 신고하라던 신문발전위다.

일부 신문사가 “법에도 없는 항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신문발전위는 “신문사가 성역인가”라고 기세등등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한국신문협회는 신문법 제정을 지지하던 신문사까지 포함한 회원사의 의견을 모아 신고 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결국 신문발전위는 신고율이 저조하자 법에 규정된 자료만이라도 신고해 달라고 매달리는 모양새가 됐다. 신문발전위의 설립 근거인 신문법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된 상태인데도 신문발전위가 과잉의욕을 보이다 망신을 당한 꼴이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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