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프로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과 아마를 관장하는 대한농구협회(KBA)는 오로지 대표팀만 지휘하는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표팀 지원금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끝에 사령탑 선임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더니 결국 최 감독이 ‘십자가’를 지게 된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올해 초 KBL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성적 부진에 빠진 한국농구를 살리기 위해 대표팀을 전임 감독제로 운영하고 스포츠 토토 수익금에서 인건비, 훈련비 등으로 6억 원을 뽑아 KBA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KBA는 이 수익금은 아마 농구의 발전 기금으로 쓰여야 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별도로 대표팀 지원금을 달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전체 토토 수익금의 50%(올해 기준 20억∼25억 원 추산)를 무리하게 요구해 일이 더욱 꼬였다. 이런 가운데 KBA의 한 고위 인사는 “지원은 안 받아도 좋다. 국제대회에 가서 지면 그만”이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KBL도 타협을 위한 노력보다는 추가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
이처럼 프로와 아마의 골이 깊어지자 최 감독은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아시아 최강이던 한국 남자농구는 지난 몇 년간 하강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사상 최악인 4위의 성적을 남겼다. 보상 없이 희생만을 강조하는 태극마크를 기피하는 풍토와 리그에 지장을 주는 대표 차출을 꺼리는 프로 구단의 이기심이 빚어낸 결과다.
올해는 8월에 미국농구 드림팀과 유럽의 강호들이 방한하고 12월에는 한국 남자농구가 2연패를 노리는 도하아시아경기가 있다. 야구(월드베이스볼클래식)나 축구(월드컵) 같은 열기는 아니더라도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중요한 한 해다. 농구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야 할 상황.
그런데 현실을 보면 소 잃고 외양간마저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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