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가 이미 시행해 왔거나 추진 중인 정책을 하나로 묶은 이 정도 대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세금을 더 거둬 양육비로 나눠 주겠다는 ‘정부 만능 사고(思考)’가 문제다.
정부는 비(非)과세 축소 등의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표현만 달리했을 뿐, 증세(增稅) 정책이다. 저출산 대책에 쓴다면 국민이 증세에 동의할 것으로 보는 모양이지만 오산이다. 아이 안 낳아 가족이 적으면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는 식으로는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외국도 보육료 지원으로는 별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94년부터 ‘에인절 플랜’ ‘뉴에인절 플랜’을 잇달아 도입하고도 실패해 가족친화적 고용환경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뒤늦게 마련한 대책이 고작 보육·양육비로 10조5719억 원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부분의 활성화를 통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쪽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보육시설 역시 국공립시설 확충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민간시설의 보육료 상한선을 폐지하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보육시설’을 원하는 중산층 취업 주부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경기 침체와 증세는 결혼과 자녀 출산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당장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장래가 불투명하다면 아무리 출산이 ‘미래에 대한 믿음’이자 ‘투자 행위’라고 해도 서두를 리 없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증세나 공무원 증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그것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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